더닝-크루거 효과: 본인의 무능함을 못알아채는 사람
더닝-크루거 곡선(효과)
아마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위와 같은 곡선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곡선은 흔히 ‘더닝-크루거 효과’를 설명하는 그래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선은 어떤 지식의 영역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나타나는 자신감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자주 해석됩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개념만 배워도 전체가 다 보이는 것 같고, 어느새 자신이 그 분야를 꽤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공부하다 보면 곧 깨닫게 됩니다.
“아, 나는 사실 아는 것이 거의 없구나.”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엄청.. 많구나.”
이 곡선은 그런 지식과 깨달음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도식으로 널리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아니, 적어도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ㅎㅎ
대학원생이었던 시절에도, 직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도, 사실 지금도 이 곡선은 꽤 큰 공감을 줍니다.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시작했지만, 공부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곡선은 겸손의 미덕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기도 했고, 얕은 지식으로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사람을 풍자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어 온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더닝-크루거 효과의 유래에 관한 글을 하나 공유받았습니다.
그 글에는 한 어리석은 강도 이야기가 더닝 교수의 연구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출처가 아주 확실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실제 논문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정말 Dunning과 Kruger의 1999년 논문이 있었고, 흥미롭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직접 읽어보니, 이 효과의 핵심은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곡선 이미지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초보자는 자신감이 높고, 공부하면 겸손해진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어떤 영역에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릴 메타인지 능력도 함께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논문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과 제 생각을 간단히 남겨보려 합니다.
논문 소개
“무능의 본질적인 특징 중 하나는, 그 무능에 시달리는 사람이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알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저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 인용문으로 시작합니다. (굉장히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레몬즙을 바르면 카메라에 안 보일 것이라는 믿음
이 인용문 다음에는 유명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1995년 피츠버그에서 한 남성이 얼굴에 레몬즙을 바르고 은행을 털었습니다. 그는 레몬즙이 투명 잉크처럼 작동하니, 얼굴에 바르면 감시카메라에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카메라에는 얼굴이 그대로 찍혔고, 그는 체포되었습니다.
저자들은 이 사례를 단순한 우스운 이야기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이 일화를 통해,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과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이 어떻게 함께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논문의 핵심 주장
Dunning과 Kruger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두 가지 부담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부족한 지식과 기술 때문에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거나 좋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바로 그 부족함 때문에 자신의 결론과 선택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릴 능력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특히 어떤 영역에서는 수행을 잘하는 능력과 그 수행이 좋은지 나쁜지 평가하는 능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쓰려면 문법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알아보는 데도 같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논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답을 만들려면 논리 규칙을 알아야 하고, 어떤 답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판단하려면 역시 논리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즉 특정 영역의 지식이 부족하면 수행 자체도 낮아질 수 있지만, 자신의 수행을 평가하는 능력 역시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논문에서 검증한 네 가지 연구
저자들은 이 주장을 네 개의 연구를 통해 검증했습니다. 연구 영역은 유머 판단, 논리적 추론, 영어 문법, 그리고 논리 훈련이었습니다.
| 연구 | 영역 | 주요 내용 |
|---|---|---|
| 연구 1 | 유머 판단 | 하위 수행자들은 자신의 유머 판단 능력을 크게 과대평가했습니다. |
| 연구 2 | 논리 추론 | 정답이 명확한 논리 문제에서도 과대평가가 반복되었습니다. |
| 연구 3 | 문법 | 하위 수행자들은 자기 수행뿐 아니라 타인의 수행도 덜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
| 연구 4 | 논리 훈련 |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되자 자신의 한계를 더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
논문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하위 수행자들의 자기평가였습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실제로는 하위 12%, 즉 상위 88% 정도의 성적을 낸 사람들이 스스로는 상위 38% 정도에 든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거의 하위권에 가까운 성적을 냈음에도, 본인은 평균 이상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셈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히 “다른 사람을 낮게 봤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 2와 연구 3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맞힌 문항 수 자체도 실제보다 높게 추정했습니다.
즉 하위 수행자들의 문제는 상대평가의 착각에 그치지 않고, 자기 수행 자체를 잘못 파악하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피드백을 봐도 왜 쉽게 고쳐지지 않았을까
연구 3의 두 번째 단계도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들은 문법 시험에서 하위 25%와 상위 25%에 속한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 다른 학생들의 답안을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안들이 얼마나 잘한 것인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하위 수행자들은 타인의 수행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 더 나은 답안을 본 뒤에도 자신의 수행에 대한 인식을 크게 수정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좋은 답안을 보더라도, 그 답이 왜 좋은지 알아볼 기준이 부족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충분히 깨닫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상위 수행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답안을 본 뒤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더 정확하게 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큼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답안을 비교한 뒤 자신의 수행이 상대적으로 더 우수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입니다.
무능함을 깨닫게 하는 방법은 더 유능해지는 것
연구 4는 이 논문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논리 문제를 풀고 자신의 수행을 평가했습니다. 이후 일부 참가자는 논리 추론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답안을 보며 어떤 문항을 맞혔고 틀렸는지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훈련을 받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정오 여부를 훨씬 더 정확히 판단했습니다. 특히 하위 수행자들에게서 변화가 컸습니다.
훈련 전에는 자신의 점수를 크게 높게 봤던 사람들이, 훈련 후에는 자신의 실제 한계를 더 정확히 인식했습니다.
이 결론은 조금 역설적으로 보입니다. 사람에게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 사람을 조금 더 유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틀렸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틀렸는지 알아볼 기준이 생겨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의 더닝-크루거 효과
직장인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겠지만, 직장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느낀 점은 논문에서 더닝 교수님이 주장한것 처럼 대부분의 무능한 사람은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본인이 꽤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불만을 느끼고, 결과물에서는 계속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그 부분을 크게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누군가를 쉽게 유능하다, 무능하다 판단할 만큼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누군가의 일하는 방식을 좋다거나 아쉽다고 느끼게 되는 걸까?”
제 생각에는 그 기준이 상당 부분 유능한 사람과 함께 일해본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일을 잘하는 동료가 같은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수준까지 결과물을 다듬는지를 본 경험이 있다면, 이후 비슷한 일을 마주했을 때 차이를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유능함과 무능함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사람이 있는 조직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결과물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해야 하는지를 곁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경험이 부족한 조직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너무 쉽게 당연한 것이 됩니다. 어느 순간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라는 말이 기준이 되고, 관성이 조직의 문화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개인도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방식을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의 방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능함을 유지하는 개인에게도 책임은 있습니다. 자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으며,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분명 개인이 돌아봐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와 조직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은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일하고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능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단순히 개인에게 “더 잘하라”고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전체의 수준이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좋은 기준을 세우고, 좋은 일 처리 방식을 공유하고,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오가야 합니다. 더 나은 방식이 있다면 기존의 관성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제가 이 주제를 보며 떠올린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조직은 구성원들이 유능해질 수 있는 기준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더닝-크루거 효과를 개인의 착각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과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개인의 메타인지뿐 아니라 조직의 메타인지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차려야 하듯이, 조직 역시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조직은 무능한 사람이 있는 조직이라기보다, 무능함을 무능함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조직일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기준을 경험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지금의 방식이 충분하다고 믿는 조직. 그런 조직에서는 개인의 성장이 쉽게 멈추고, 관성이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나는 유능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은 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그럼 나는 유능한 사람인가?”
솔직히 이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제가 스스로를 유능한 사람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겸손한 모습을 내세우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저도 일하다 보면 제 판단이 맞다고 생각할 때가 있고, 다른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보며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저는 사실 겸손과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 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마음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이미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 더 배울 이유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나은 기준을 찾으려는 마음은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제 동료들이 본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야. 너는 무능하지만, 역시 네 무능함을 알지 못하는 것뿐이야.”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ㅎㅎ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유능하다고 선언하는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의 판단과 결과물을 의심해보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이 정말 좋은 방식인지, 지금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유능한 사람들 곁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좋은 기준을 가진 사람, 일을 구조화할 줄 아는 사람, 문제를 미리 발견하는 사람, 자기 결과물을 냉정하게 점검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습니다.
어쩌면 유능함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상태라기보다, 계속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고쳐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는 제가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고, 적어도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생각도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무능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먼저, 나의 무능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알아차림을 통해 조금씩 더 나아지는 사람으로 남는 것.
그 정도의 태도만 잃지 않아도, 적어도 완전히 “레몬즙을 바른 채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
- Kruger, J., & Dunning, D. (1999).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
2026.05.01 by Masanam


